*드림주 설정, 드림 서사 다 제 마음대로 짰습니다.
그 악마와 그 마녀
평소에도 천사나 악마에 대해 호기심이 많던 밀린은 어느 날 악마 소환술에 대해 듣게 된다. 오망성을 그리고 주문을 외우면 만날 수 있대, 궁금해서 잠이 안 와! 뜬 눈으로 밤을 새다 잠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빈 공터에 자리 잡고 실행에 옮겼지만,, 그래 이렇게 쉽게 만나면 재미없지. 한 열 번쯤 그리니 하급 악마들이 몰려왔다. 진짜!! 진짜로 내 눈 앞에 악마가!! 그날부로 하급 악마들은 물론 마녀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고 시간만 되면 악마들을 소환했다. 처음 보는 존재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즐거웠다. 누가 징그럽대? 귀여운데!
이 이야기는 당연스럽게 지옥에도 들어간다. 하급 악마들이 다 어딜 갔나 했더니.. 모두가 "좀 그러다 말겠지"하면서도 누군가는 그 마녀 별 능력도 없어 뵈던데 대단하다는 소리도 했지만 바엘은 이때까지 별다른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하급들과 노는 건 이제 재미없다. 욕심이 생긴 밀린은 지옥 군주들의 이름과 소환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급도 소환한 내가 뭘 못하겠어? 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소환해낸 악마가, •••• 됐다. 피를 토해내고 입가를 닦은 밀린의 눈에 보이는 자는 하급 악마들이 말했던 거미 다리가 달린 남성, 바엘이었다. 권위있는 악마를 소환했단 사실에 흥분해 오망성 안으로 들어갈 뻔한 밀린과 정적을 유지하는 바엘, "안녕하세요?" 인사하니 헛웃음을 쳤다. 웃으신거죠 지금!?
밀린은 바엘을 소환한 최초이자 마지막 마녀라는 수식어로 그 당시 지옥과 직통으로 연락하고 지냈으며 만만치 않은 성격으로 변절 악마들에겐 또 하나의 적이었다.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밀린이 도망다니기에 만나는 시간은 현저히 적어졌고 어쩌다 만나면 상처 투성이에 언제 활짝 웃는 얼굴이었나 싶을 정도로 표정이 없었다.
"죽기 싫어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도움을 청하는건가."
"제가 진정으로 도움을 청하면 사냥꾼들을 죽여 지옥으로 데려가실 건가요?"
사냥 당해 죽기보다 당신의 거미 다리에 찔려 죽는게 덜 아플 것 같아요. 다음 생이 있다면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날래요.. 웃고 있었지만 씁쓸한 얼굴이었다고 기억한다.
만약 제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 인생에서 처음으로 하는 일은 당신을 부르는 거겠죠.
그 악마와 그 무속인
이틀 간의 잠에서 깨어난 후부터 밀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항상 네 곁에 있었어. 난 너야. 자 이제 네가 할 일을 알려줄게. 일어나서 하면 돼. 신령님도 뭐라고 안하셔. 꿈을 꾸는데 현실 같아서 이상했고 매일 꾸니까 미칠 것 같았다. 어느 날은 "바엘 님을 모셔봐"하는 목소리가 들리기에
"대체 뭐야, 너 누구야. 그건 또 누군데, 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난 너라니까, 바엘 님, 그 분은 내가 꼭 다시 만나야 되는데 여기 있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가위도 몇 번을 눌렸다. 밀린은 내 가슴팍을 깔고 앉아 진짜 해야 될 일도 모르고 돈에 눈 멀어서 멍청한 짓거리를 했어, 차라리 죽어. 목을 조르다가도 아니지 죽으면 바엘 님을 못 만나잖아? 그런 행동을 반복했다.
밀린은 내가 출소하는 순간부터 기다렸다는듯 따라다니며 바엘 님 언제 만날래? 소리쳤다. 무시했지만 그럴수록 신병을 앓을 때만큼 아팠다. 너무 아파서 움직이질 못할 정도로.. 이상하게 생긴 귀신이나 잠깐 장난치는 신들보다 더 무서우니 잠드는 것이 두려워 뜬 눈으로 밤을 샌 날이 많았다. 어느 꿈에서는 푸른 새벽에 내 앞을 걸어가는 누군가, 그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등에 달린 거미 다리가 바엘인듯했다. 궁금해서 찾아본 그림은 실물과 훨씬 달랐기에,,,
"난 인간인데 악마를 소환했다가 죽으면 어떡해?"
"안 죽어. 바엘 님, 엄청 반가워하실거야. 표정이 없는 분이긴 하지만.."
미리암Miriam, 그 옛날 바엘이 몇 번이고 불러주던 밀린의 본명이자 나의 세례명.
혹시 이렇게 하면 만날 수 있으려나? 난 무속인이니까 방울을 몇 번이고 흔들었지만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았으나 방울 소리를 듣고 온건지 한두 마리씩 나타난 거미들을 그의 부하들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언젠간 진짜로 만날 수 있겠지, 가서 내가 기다린다고 얘기해줄래?
굿할 때처럼.. 맨발로 나온 내가 가로등도 다 꺼진 암흑 속에서 악마를 부른다. 전생에서 그랬듯 피를 한바가지 토해내곤 그대로 뒤로 쓰러진다.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아직 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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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떴을 때는 내가 그려놓은 오망성 안, 온 몸에 힘이 빠진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 지옥 가는 거 아냐? 움직이려고 애를 썼지만..
언제 나타났는지 내 눈 앞에 바엘이 서 있었고 곧 그의 거미 다리가 내 허리를 붙잡았다.
"인간 주제에 감히 나를 소환해 낸 것이 신기했는데"
목소리 오랜만이다. 할 감상도 들기 전 내 허리를 붙잡은 거미 다리가 움직이자 내 몸이 오망성 밖으로 던져졌다, 그리고 내 오른쪽 발목을 잡고는
"약속을 지켰네. 기특하다 해줄까?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의 너는 그때와 다른지. 궁금하구나."
검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다시 만나서 그런가? 생전 아프지 않던 오른쪽 발목이 미치듯 아파서 일주일 정도 오른쪽 다리를 절듯이 걸었다. 그를 만났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보고 싶었다 말하고 싶었는데 꿈에도 나오지 않고 밀린도 아예 내 속에 들어와 눌러 앉은 건지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갑작스레 내린 눈에 법당 밖이고 안이고 눈을 치워야 했고 예약 손님들도 발길이 끊겼던 날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누가 보냈는지도 모르는 편지를 평소 같았으면 버렸을텐데 읽어 내려갔다. 이탤릭체로 쓰여진 편지였다.
그날 밤, 그가 강림했다. 일을 끝내고 기도하려 들어간 방에 가득한 거미줄에 뭐지.싶어서 떼려고 잡은 순간 갑자기 한기가 들기에, 눈을 한번 깜빡였는데 제단에 앉아 대신칼을 손에 쥐고 있던 그 악마.
"다리는 괜찮나?"
"이젠 괜찮습니다.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
"꼭 일이 있어야 하나?"
"아. 아니요..."
"편지는?"
"편지. 번역기 돌려서 겨우 읽었어요."
"그래. 그럼, 이제 너만의 약속을 지킨 이유를 알아야겠지."
"네?"
"죽기 전 그랬지. 꼭 다시 나를 부르겠다고. 왜 나를 불러냈는지 알아야겠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라."
"없다면 죽이실 겁니까? 그냥 보고 싶었다고 말하면요."
"그때도 지금도 겁이 없구나. 그러니 중간을 잇는 업을 가졌겠지. 원하는 것을 말해라. 웬만하면 너도 나도 다 이득인 편이 좋을 것이다."
"저는..."
저는 당신의 수명을 원해요. 그렇다면 내가 받는 것은? 저의 기도요. 고작? 네 기도는 다른 이들과 달라? 기도할 때마다 저의 피를 드릴게요. 그걸 받고 당신의 수명을 주세요. 내 말에 웃던 그가 검은 연기를 내며 사라지니 대신칼이 그대로 떨어진다.
그릇에 물을 받는다. 악마가 쥐고있던 대신칼로 내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그어 피를 내고, 기도를 드리면서 그릇 속 물에 피가 합쳐지면 악마는 내게 수명을 준다. 내게 수명이 들어오면 그릇에는 물만 남고 내 피는 악마의 또다른 수명이 된다.